POSTECHIAN Today

‘새로운 경험’과 ‘후회 없는 삶’ 8퍼센트 이효진 대표(수학과 02학번)

2016-02-11 2,888

 
익숙해진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새로운 도전이 리스크가 큰 ‘창업(스타트업)’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성과학고등학교를 거쳐 POSTECH 수학과를 졸업한 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인 금융권에서 8년간 근무하다가 갑자기 퇴사를 하고 도전정신과 아이디어만을 갖고 치열한 창업시장에 뛰어든 POSTECHIAN이 있다. 바로 P2P 대출업체 8퍼센트의 대표 이효진 동문 이다. ‘새로운 경험’과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했지만, 정신 없이 바쁘게 일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효진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P2P 대출업체인 8퍼센트의 대표 이효진 입니다. POSTECH 수학과02학번이고,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우리은행에 입사하여 약 8년간 근무했습니다. 우리은행에서는 트레이딩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일도 재미있었고 동료들과도 잘 지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다가 죽기 전에 후회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두려워졌습니다. ‘남들은 못 들어가는 그 좋은 금융권에 다니는데 왜 퇴사 하려고 하냐’고 부모님께서 만류하셨지만 과감히 사표를 제출하고 2014년 11월부터 P2P 대출업체인 8퍼센트를 시작했습니다.


Q
안정된 직장을 두고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을 시작하시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우리은행을 퇴사하시고 스타트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A 퇴사를 했을 때는 스타트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우리가 살면 좋은 날과 괴로운 날의 비율이 51:49정도 되는데 제가 그랬습니다. 어떤 날은 즐겁게 출근하고, 어떤 날은 괴롭게 출근하고. 즉, 좋은 점이 너무 미미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직장이 좋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다가 죽을 때 후회하면 어떡하지?’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떠올랐습니다. 또, 만약 지금까지 제가 한 것이 이것밖에 없다면, 그리고 경험한 것이 이것밖에 없다면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퇴사는 현재 갖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결정이잖아요? 스타트업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정하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은행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제가 트레이딩을 잘해서 돈을 벌면 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누군가의 불행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 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좀더 잘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Q
현재 대표를 역임하고 계시는 8퍼센트에 대해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8퍼센트는 대출자에게는 더 낮은 금리, 투자자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을 주기 위해서 일을 하는 회사 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시켜 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직거래의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기존 금융기관은 자금을 조달하는 파트와 운용하는 파트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데요. 반면에 저희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거래를 도와드리기 때문에 기존 금융기관에 비해 훨씬 간소화된 형태입니다.


Q 이런 P2P 대출업을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선정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시작하기 전에 스타트업 아이템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해외 사례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된 P2P 대출업을 듣고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아이템이다!’라고 생각 했습니다. 또, 제가 잘할 수 있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시작하기 전에 조금 다른 형태의 P2P관련 업체가 2000년대 중반에 있었지만 당시에는 시장이 그만큼 성장을 못해서 활성화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걸 제가 보완해서 모바일 시대인 지금 다시 시작한 것입니다.


Q
학창시절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과학고를 다니셨다면 공부를 아주 잘하셨을 텐데요. POSTECH에 입학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아닙니다. 공부를 별로 안 좋아했고, 잘 못했습니다.(웃음) 그렇지만 수학만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대학에서의 전공을 정할 때 정보도 많지 않고 쉽지 않은 결정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정보가 별로 없었습니다. 수학을 좋아해서 저의 적성이 이공계라는 것만은 확신했습니다. 수학은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과목이고 제 자신이 수학을 정말 좋아해서 주저 없이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많지 않아서 특정 대학을 선택하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좋은 학교에 한번 지원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수능 한달 전에 수시로 POSTECH에 지원 했는데 덜컥(?) 붙었습니다. 수능을 봐도 POSTECH 보다 더 좋은 대학도 없고, 갈 자신도 없어서 얼른 등록을 했습니다.(웃음)


Q POSTECH
에 재학하셨을 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학창시절에 특별히 하신 활동은 무엇인가요?

A 학창시절에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은행에 8년정도 다녔다는 것은 은행에서 평생 근무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뜻이죠. 물론 지금은 스타트업 대표를 역임하고 있지만, 학창시절에는 별로 스타트업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수학과 학회장도 하고 컨디(춤동아리)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옛날에 어떻게 춤을 췄는지..(웃음) 학점은 3.0은 넘었지만 3.3은 안 넘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Q 스타트업을 하시면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POSTECHIAN이라서 좋으셨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A 저는 POSTECHIAN이어서 항상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우선 POSTECH이 소수정예 연구중심 대학이다 보니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POSTECHIAN들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또, 최근 채용을 하면서도 느낀 점이 POSTECHIAN들은 정말 성실합니다. 그런 성실함에 POSTECH에서의 생활을 통해 몸에 자연스럽게 습관화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상품개발뿐만 아니라 전단지를 돌리는 일도 꾀 부리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합니다. 목표한 바를 끝까지 성실하게 하려는 본능(Nature)이 POSTECHIAN들에게 있습니다.


Q
대표님께서 학창시절에 롤모델이셨던 교수님이나 선배님이 계신가요?

A 수학과의 최영주 교수님 이십니다. 교수님께서 학부생 때 제 지도교수님이셨는데요. 졸업하고도 종종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여자교수님이셔서 그랬던 것도 있는데요. 학창시절에 자주 찾아 뵙고 고민상담도 부탁 드리고 가깝게 지냈습니다. 특히, 교수님의 학문과 일에 대한 열정을 본받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학계 내에서의 네트워크도 좋으셔서 학생들이 외부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Q
성공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채용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인재를 채용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금융권이다 보니 윤리의식 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 100명이 열심히 일해도 비윤리적인 사람 1명이 있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타인에 대한 존중 입니다. 천재 1명보다 우수한 인재 몇십명이 훨씬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인재끼리 잘 지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은 필수 입니다. 세 번째는 성실함 입니다. 기복이 있는 천재보다 꾸준한 둔재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또, 성실함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습니다.

◈ 8퍼센트는 현재 채용 중이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고 부탁 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과 같이 스타트업을 하고 싶어하는 POSTECHIAN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 드립니다.

A 음.. 저는 권유도 만류도 못하겠습니다. 개인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속된말로 말씀 드리면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개고생입니다.(웃음) 스타트업이 상상하는 것처럼 멋있고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열정과 열심히 할 각오만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그리운 것이 목적 없는 공부 같습니다. 당시에는 이걸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대수학을 공부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때 했던 공부가 지금의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진부한 얘기지만 “후배님들 공부 열심히 하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