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물리 김범준·김기석 교수팀, 양자 컴퓨팅 혁신의 열쇠 ‘나선성 메커니즘’, 마침내 밝혀지다

2024-11-18 293

[김범준·김기석 교수팀, 칼코젠 화합물 나선성 전하 밀도파 메커니즘 세계 최초 규명]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통합과정 김광래·김현우·하승혁 씨 연구팀은 김기석 교수, 복진모 연구원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에서 ’나선성 전하 밀도파*1(Chiral Charge Density Wave, CDW)‘ 현상을 관측하고, 그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물리학계 권위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나선성(Chirality)은 물체가 자기 거울상과 대칭되지 않고 구별되는 현상이다. 이는 전자 등의 입자 배치와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며, 양자 컴퓨팅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스마트폰과 컴퓨터,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원자*2 수준부터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에서 널리 존재하는 나선성의 형성 원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타이타늄(Ti)과 셀레늄(Se)으로 이루어진 1T-TiSe₂(원티-타이타늄 셀레늄 투)라는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TMDs*3)에서 나타나는 ’전하 밀도파‘와 ’격자 변형‘의 상호작용을 규명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이 두 현상은 전자의 움직임과 원자 진동, 그리고 구조 변화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라만 분광 장비와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함께 수행한 빛의 비탄성 산란 실험*4을 통해 물질 내 원자들의 진동을 추적하고, 나선성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자가 재배치되면서 전하 밀도파가 발생할 때 원자들은 새로운 위치로 이동하여 결정 구조가 변화하게 된다. 이 원자들의 움직임은 특정 형태의 진동이 고정되는 현상으로, 다양한 원자 진동을 관측함으로써 미세한 구조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원자 진동을 지배하는 대칭성과 전하 밀도의 대칭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전하 밀도파‘와 ’격자 변형‘이 동일한 대칭성을 가진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이 두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각기 다른 대칭성을 따랐다. 그리고, 이 대칭성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원자들의 추가 진동으로 인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며, 그 결과 모든 대칭성이 깨져 ’나선성 구조‘가 형성됐다. 두 현상 간 대칭성의 차이가 나선성 구조 발현 메커니즘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연구를 이끈 김범준 교수는 “1976년 1T-TiSe₂의 결정 구조가 처음 보고된 이후, 이 물질에서 나선성이 발현된 최초의 실험적 증거를 찾았다”라며, “이번 연구는 향후 양자 물질 설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재단법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567-024-02668-w


1. 전하 밀도파
전자가 결정 구조와는 다른 새로운 주기의 변형을 일으키며 발생하는 파동 형태의 전하 밀도를 말한다.

2. 아원자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로 소립자나 원자핵, 양성자, 전자 등이 있다.

3.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TMDs)
철(Fe), 니켈(Ni), 구리(Cu), 타이타늄(Ti) 등 주기율표에서 3주기 이상에 위치한 전이금속과 산소(O), 황(S), 셀레늄(Se), 텔루륨(Te) 등 주기율표 16족 칼코겐 원소가 결합한 화합물을 말한다.

4. 빛의 비탄성 산란 실험
비탄성 산란 실험이란, 빛을 물질에 쏘아 빛의 에너지 변화로부터 원자와 전자의 운동 방식을 파악하는 실험으로, 물질 내의 미세한 구조와 상호작용을 분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