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생명공학연구실
Molecular Biotechnology Lab

2020-12-29 1,135

수술로 벌어진 살을 접착제로 붙이면 어떨까. 꿰맬 필요가 없으니 고통도 없고 실밥을 뺄 필요도 없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인체에 무해해야 하고 접착력이 너무 약해도 곤란하다. 연구자들은 의외로 자연에서 이 물질을 찾았다. 바다의 홍합이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접착제를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가 이끄는 분자생명공학연구실은 생물이 만들어내는 생체 분자를 세포와 분자 차원에서 재설계해 유용한 생체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생체 분자를 기반으로 만든 소재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소재보다 생체 친화적이어서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 적극 활용된다.

 

분자생명공학연구실에서 만든 대표 생체 소재는 ‘홍합접착단백질’을 활용한 의료용 접착제다. 홍합은 수분이 많은 바위 표면에도 강하게 들러붙어 있을 수 있다. 억지로 떼어 내면 바위 표면이 떨어져 나올 정도로 접착력이 강한데 몸속에서 단백질로 이루어진 강력한 수중 접착제를 만드는 게 비결이다. 이 접착단백질을 활용하면 접착력이 강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하고 생분해되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던 혁신적인 의료용 접착제를 만들 수 있다.

 

홍합접착단백질을 접착 소재로 활용하려는 연구는 1980년대부터 주목 받았지만 대량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접착단백질을 홍합에서 직접 추출하는 경우 1g을 얻기 위해 1만 마리가 필요했다. 분자생명공학연구실은 2007년 홍합접착단백질을 미생물 배양을 이용해 대량생산하는 원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지속적인 제형연구를 통해 실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렇게 만든 접착 소재는 의료용 수중 접착제, 내수성 뼈 접합제, 조직 접합 순간 접착제, 3D 프린팅 바이오잉크, 접착성 마이크로니들 패치, 국소적 나노항암제, 국소적 면역항체전달체, 국소적 줄기세포전달체 등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 필요한 물질들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 대통령상인 ‘한국공학상’을 수상했다.

 

분자생명공학연구실은 연구를 통한 실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연구 발표 전 특허를 출원하는 전략을 통해 2020년 12월 현재 국외 28건, 국내 63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국내외 출원한 특허도 약 100건에 달한다. 이런 공로로 2017년 특허청이 주는 ‘올해의 발명왕’을 수상했다. 차 교수는 “연구한 아이템 중 최소 하나라도 실생활에 적용돼서 활용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일 것”이라고 말한다. 분자생명공학연구실에서는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생체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의료 분야와 약물, 세포 전달 같은 제약 분야에 활용함으로써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