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겨울호 / 문화 거리를 걷다

2021-01-19 39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보다
흔하지 않은 나의 취미

 

소중한 취미는 학업에 지친 포스테키안들에게 재미와 활력을 가져다줌으로써 삶의 안정감과 새로운 원동력을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여러분께 제 소중한 취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갈 수도, 모델처럼 다양한 포즈를 생각해낼 수도, 멋진 사진을 찍어 소중한 순간을 남길 수도, 뷰티 유튜버처럼 다양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배울 수도 있는 제 취미는 코스플레이(cosplay)입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라는 말이 있듯이, ‘늦게 배운 덕질이 무섭다’라는 말을 아시나요?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된 저는 빠르게 그 매력에 홀린 후, 매일 밤늦게 공부 대신 만화를 보는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답니다. 그러던 중 코스프레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부터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취미생활을 시작한 때는 대학교에 입학한 후,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부터였습니다. 저의 시간을 온전히 제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나서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코스프레라는 문화에는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사회층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몇 없는 제 지인 중에서도 10대부터 40대까지, 스트리머부터 무당까지 이상하리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지요. 하지만 이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장르가 같다면 누구든지 친구가 될 수 있는 놀라운 문화적 특징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3~4시간 정도의 장시간 촬영을 마치고 뒤풀이를 통해 친해진 지인들과는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사적으로 약속을 잡기도 합니다. 운이 좋게도 포항 내에서도 친해진 친구가 있어 종종 만나 밥을 먹거나, 만화를 돌려보곤 합니다. 이처럼 저는 취미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이 잘 맞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고,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코스프레를 하며 높은 퀄리티를 얻으려는 욕심이 있다 보니, 여러 가지 기술을 터득해야만 했습니다. 촬영을 위해 취할 포즈나 사진의 구도를 위해 콘티를 작성해 사진사님과 토의하는 과정도 필요하며, 캐릭터와 닮아지기 위한 메이크업을 습득하고, 직접 가발을 잘라 세팅하는 등 여러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하지는 못했지만, 직접 부딪히며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숱가위를 휘두르는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카메라 앞에서 자주 섰던 경험들은 이후에 ‘심플핏’이라는 회사에서 모델 활동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심플핏’은 포스텍 학생 대부분이 입는 ‘글로벌 포스텍(글포)’이라는 바람막이를 판매하는 회사인데, 코스프레에서 겪은 경험들이 모델 활동을 할 때 자연스러운 사진들을 얻어낼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5년 동안 하나의 취미생활을 해오면서,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 또한 무척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제 취미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그 어떠한 취미를 하더라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조차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옛날에는 제 취미인 코스프레에 대해 섣불리 터놓고 말하기 두려웠습니다. 좋은 시선보다는 그렇지 못한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동안 많은 친구로부터 긍정적인 지지를 받아오며 점차 용기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할로윈, 총학생회가 개최한 코스프레 대회에 참가하여 입상하였던 것이, 취미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좀 더 용기 낼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알리미분들께 감사하며 글을 마칩니다.

 

(위) 심플핏 후드티 모델 촬영

(아래) 할로윈 코스프레 대회 입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