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겨울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2021-01-19 155

“내면의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세요.”

인터렉티브 디벨로퍼, 김종민님과의 이야기

 

개발과 디자인, 공학과 예술, 언뜻 보면 정말 다른 분야 같죠? 그런데 2000년대에 모두가 둘 다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릴 때 그저 ‘즐겁다’라는 이유로 두 분야를 함께 시작하신 분이 있습니다. 겨울호 <알리미가 만난 사람>에서는 ‘디자인을 이해하는 개발자’, ‘개발을 이해하는 디자이너’로 현재 구글 UX 엔지니어로 계신 김종민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김종민 엔지니어님께서 어떤 여정을 걸어오셨는지, 만나볼까요?

 

 

# 김종민 엔지니어에 대하여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구글에서 시니어 UX 엔지니어로 있는 ‘인터렉티브 디벨로퍼’ 김종민입니다. 저는 현재 구글 교육 파트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육 제품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며, 실리콘 밸리에서 부인, 아이 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란 무엇인가요?

2000년대에 flash라는 언어로 ‘화면에 움직임을 만드는 사람’을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라고 했는데요. 현재 업계에서 이 말은 거의 사라지고, creative technologist나 UX 엔지니어라는 말을 더 많이 써요. 저는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라는 직업으로 일을 시작했고,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이 말로 저를 소개하고 있어요. 사실 세 직업 모두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해요. 다른 개발자들이 제품의 뼈대를 만들고 전체적인 구성을 만든다면, 인터렉티브 디벨로퍼, 또는 UX 엔지니어들은 ‘보이는 부분’에 대해 화면상의 움직임이나 사용자와의 인터렉션 요소, 즉 사용자가 무언가를 눌렀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등을 구상하고 개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사용자의 경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하는 거죠.

 

# 걸어오신 길

고교 및 대학 시절부터 현재 구글 엔지니어로 계시기까지, 어떤 여정을 걸어오셨나요?

저는 중, 고교생까지 영화 특수효과를 만드는 사람을 꿈꿔왔어요. 그래서 관련 학과에 지원했지만, 재수 도전까지도 낙방했죠. 결국 집에서 가깝고 장학금 받을 수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내가 이 대학을 나온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중퇴를 결정하고, 바로 PC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이때 친구의 제안으로 국비 교육을 통해 처음 웹디자인을 배워볼 기회가 생겼어요. 그리고 이를 계기로 부산의 작은 웹 에이전시를 거쳐 평소 동경하던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죠. 비록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개발에 대해서도 틈틈이 공부하며 역량을 쌓아갔어요. 그때 마침 네이버, 다음 등으로 flash 개발 인력들이 빠지면서 디자인 대신 개발 업무를 맡게 됐죠. 이렇게 디자이너에서 시작해 flash 개발자,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울 다음의 꿈은 미국이었어요. 외국 다큐멘터리에서 백발의 할아버지들도 개발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창작을 좋아하는 내가 오래도록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개발자로서의 직장 생활 중에도 틈틈이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그 포트폴리오를 통해 뉴욕의 퍼스트 본의 전화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었죠. 그런데 당시만 해도 영어는 전혀 못 해서 전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Wait! Am I hired?’라고 외쳤던 게 기억에 남네요. (웃음) 그래도 저의 포트폴리오를 잘 봐주셨는지 좋은 평가를 해주셨고 그렇게 미국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2012년, 점유율 90% 이상에 달했던 flash의 틈을 비집고 HTML5가 시장에 등장했어요.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자 HTML5를 개인적으로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HTML5에 제 아트워크를 결합해 재미있는 인터렉션을 보여주는 Form Follows Function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죠. 이렇게 취미로 만들었던 개인 작업이 제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어요. 이 웹사이트를 공개하고 구글, 애플, 넷플릭스 같은 대기업에서 연락이 왔고,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 닷 등에서 다수의 상을 받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구글에서 일하게 되었죠.

 

개발과 디자인 둘 모두를 해내시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처음 개발과 디자인을 같이 하려고 했을 때는 따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하나만 하기에도 버겁다.’라며 주변에서도 말렸고요. 그래도 저는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회사에서는 주로 개발을, 집에 와서는 꾸준히 디자인을 해왔어요. 그런데 세상이, 시장이 변한 거예요. 개발과 디자인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진 거죠. 제가 어렸을 때 ‘디자인과 개발을 같이 하는 사람이 뜰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저는 여기 있으면 안 되고 돗자리를 깔아야겠죠. (웃음)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저는 순수하게 디자인과 개발을 좋아했고, 주변 이야기들보다는 제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거에요. 당장에 디자인, 개발이라는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들도 계속 바뀔 거예요. 그만큼 세상이 정해준 길은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여러분들도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질지, 무언가를 할지 고민할 때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이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게 했고, 이런 부분이 먹혔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셨나요?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현재 이 일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해요.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이 분야의 ‘장인’으로서 그저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도록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구글에서 일하면서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하고, 또 전혀 돈이 되지 않는 개인 작업에 시간을 쏟는 것 모두 그저 ‘정말 좋아서’예요. 그래서 구글에서도 매니저 트랙을 타지 않고 IC, Individual Contributor 라는 개인 작업자 트랙을 타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또 제 작업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제가 정말 좋아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끼는 만큼 다른 분들도 좋아해 주실 수 있는 거니까요.

 

 

# 앞으로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는 생명력이 길고, 이를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자 해요. 그동안에는 웹사이트나 제품의 광고와 같이 생명력이 짧은,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우와 멋있다. 그런데 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구글에서도 교육 분야로 팀도 옮겼어요. 현재에는 교육팀 UX 엔지니어로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제품’의 화면에서 보이는 부분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고요. 이렇게 제가 만든 것들이 새롭고 화려하지만, 생명력이 짧게 끝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꾸준히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제 계획입니다. 또 인생은 하루하루가 행복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보단,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는 게 제가 이 일을 하는 동기이자, 이유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나은 스텝을 밟아가며 변화에 빨리 대응하는, 그렇게 꾸준히 제 커리어를 쌓아가는 ‘장인’이 되고 싶어요.

 

# 전국의 구독자들에게

진로를 고민하는 전국의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학생들은 저보다 더 진로 고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보다 보면 성공을 위해 정해진 길이 있다고 생각을 하기 쉬우니까요. 그런 만큼 온전히 내면의 자신과 대화하며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세요. 제가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공의 기준을 세상의 시선에 맞추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스스로 더 성장하는 것’이었거든요. 저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었고, 또 제가 성장한 그 모습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저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고 했고, 지금 이렇게 성장하게 되었죠.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기보다 하루하루 좋아하는 것을 하고 행복하게 산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성장할 것이고, 그것이 곧 본인만의 성공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이야기보다는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세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며 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성공은 ‘나의 성장’으로부터 온다는 생각으로 늘 내면에 집중해 고민하며, 앞으로 ‘누군가에게 꾸준히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으시다는 김종민 선생님.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본인이 하시는 일에 대한 애정이 물씬 전해져 필자 또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좋아하는 일을 찾기까지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먼 곳 실리콘밸리에서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신 김종민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