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겨울호 / 포스텍 에세이

2021-01-19 209

포스텍 교수님 이야기
인공지능과 팬데믹 시대를 대하는 자세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오태현

 

요즘 SNS나 뉴스 미디어를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매일 몇 번이고 듣는 것 같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기술들을 상상하며 모두가 흥분에 젖어 보인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그 혁신은 유감없이 보인다.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커진 만큼, 이공계열뿐 아니라 인문계열 학생들까지도 몰리고 있다. 매일 나오는 신기술들을 보면 정말 신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체감하게 된다.

현재 인공지능을 미래로 그리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이런 시대적 혜택을 받는 행운아들인가? 얼핏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산업 혁명을 지나 정보화 혁명으로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기성세대와 많은 유사점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더욱이 별개의 원인이지만, 현 팬데믹으로 인해 활기찬 캠퍼스 생활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청년들과 대학가는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우리는 운 좋게 기술 혁명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이 시대적 혜택을 받는 행운아들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 글은 대학생활의 부푼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 특히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인공지능과 팬데믹 시대라는 현시대의 이슈를 파악하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현시대의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그 흐름을 따라 서핑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춘 미래 이공학도들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그마한 경종을 울려 보려고 한다.

필자는 [인공지능과 코로나 시대에 여러분이 겪게 될 어려움]을 연구하고 있다.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사용해야 하는 툴들이 진입 장벽이 있어, 익숙해지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오픈소스나 오픈 엑세스 논문조차 흔하지 않아 기존 연구의 재현 문제로 본격적 연구는 시작도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는 등 매우 소모적인 연구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관련 개발 툴의 발전과 공유 문화의 발전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게 되면서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 분야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고등학생 인공지능 개발 전문가와 같은 얘기도 뉴스에서 종종 들리고 있다. 항상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이 있는 법. 이로 인해 여러 폐해도 발생하고 있다.
그 중 두 가지 정도 얘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 분야에 진입하기 위해, 마치 ‘수학이나 배경지식이 없이도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또는 ‘몇 개월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라는 등 자극적인 광고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선동에 휩쓸려 기본기 없이 지름길만을 찾으려는 학생들도 보인다. 툴의 발전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되어 단순 활용 측면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포스테키안>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목표는 그것이 끝이 아니지 않은가.

둘째로, 경쟁 과열과 정보 범람의 문제이다. 인공지능 분야는 발전이 너무 빠르게 가속되어, 매일 좋은 논문들이 무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최신 학회에서 발표되는 연구들이 이미 일 년 전에 온라인에 공개되어 유명세를 떨쳤던 연구였던 등, 3개월 정도 지난 논문도 구연구가 되어 버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번역/출판된 책은 신판임에도 유행에 너무 뒤처진 경우도 흔하다. 다시 말해, 학습 정보 취득 방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경쟁 과열과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학습자들과 입문자들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운명의 장난인지, 여러분은 이런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유례없는 팬데믹도 겪어야 한다. 온라인 강의를 비롯하여 많은 활동들의 비대면화로 인해 소속감이 떨어지고 현실감 없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당연하게 여겨진 소속감의 상실은 자기 계발과 일상에 있어 무기력으로 다가온다. 비대면으로 발생한 뜻밖의 여유로 인해 하루의 일정 속에 무엇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지내는 경우들도 종종 보게 된다.
위에 언급한 것 같이 숨 가쁘게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환경은 너무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쯤 되면 비대면의 형태는 점점 문화로서 자리 잡아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하게 된다.

결국에는 제한된 상황과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효과적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단순한 문제이다. 다만, 과거보다 더 많은 선택지와 집중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뿐. 하지만 이런 단순한 것들이 사실 가장 어렵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다. 낮은 성취도 속에 선택지들만 범람해 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인공지능과 코로나 시대에 더 강조되는 그리고 변하지 않고 중요한 팁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후배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빠르게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과 팁들을 열거하고 싶다.

1. Self-motivation  
내가 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견인(Lead)할 수 있어야, 과정들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즐길 수 있다. 성취감을 통해 자기 동기를 얻기 위해, 필자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마치, 게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느낌으로. 하나하나 정복해 나갈 때마다, 현실을 게임의 퀘스트에 빗대 생각하고, 각 퀘스트를 해결할 때마다 보상과 레벨이 올라가는 느낌으로 성취감을 고취하는 방법도 효과적이었다. 매일의 To Do list를 메모지에 관리하기도 하지만, Google keep, Notion이나 Gantt Chart 등 IT 기업들에서 많이 사용하는 툴을 활용해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서 할 일을 지워나가는 재미를 습관으로 바꿀 수 있다. 괜히 IT 기업에서 이런 툴들에 많은 유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2. Role-playing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때보다 더 다양한 역할과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에 나가서는 하나의 직업군이더라도 주어진 일들은 다양한 직무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 연구원(Research scientist)은 다양한 직업군의 면모를 고루 갖춘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고 평가하는 엔지니어, 논리적으로 보고서 및 논문을 쓰는 작가, 논문을 평가받고 변론(rebuttal)하는 변호사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를 홍보할 때는 세일즈맨의 역량이 필요하며, 본인의 분야의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관리하는 매니저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대학생으로서 발표를 진행할 때에 그냥 학생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영업직으로 내 발표 내용을 학생들과 교수에게 세일즈하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그 발표를 어떻게 지배해야 할지 확연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식으로 각 직무를 수행할 때, 각 역할을 대표하는 프로로서의 마음가짐을 감정 이입(롤-플레이)하여 최선을 다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지지 않을까?

3. Problem solving skill? No, problem definition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주어진 커리큘럼과 문제가 ‘주어지면’ 해결하는 방법만 주로 훈련해 왔다.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초중고를 거치며 이 스킬을 충분히 습득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문제를 주었을 때 잘 푸는 사람은 여러분 말고도 많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에서는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처음 접하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핵심인지를 파악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추상적인 문제를 구체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이를 위해서는 탄탄한 기본기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리 세계의 이해를 수학으로 표현함으로써 논리를 설계하는 능력(수학적 사고)과 무엇이 중요한 문제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설계하는 능력(문제 해결 능력)을 꾸준히 기르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불변하는 필요 능력이기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4. Distinction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패러다임 속에서는 항상 경쟁의 스트레스가 크다. 특히 많은 관심이 몰리는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서는 경쟁은 심화된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나는 남들이 하는 트렌디한 주제를 따라가는 것보다, 나만의 연구 그러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주제/분야를 개척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있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것을 위해선 누구나 얘기하는 창의력이 관건이지만, 그런 거창한 것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전략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자연에 있는 벌집의 육각 구조를 재료 공학에 적용하여 경량화와 내구성을 동시에 달성한 것과 같이, 다른 영역의 성공/실패 사례를 새로운 분야의 적용처로 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인공지능을 예를 들자면, 인공지능 자체보다는 ‘무엇’을 위한 인공지능인지 AI+X를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핵심을 파악하는 눈, 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차별화 능력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한다.

안타깝지만, 여러분은 행운아라기보다는 그 어느 때 보다 거칠고 빠른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세대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말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세계적 침체기는  우리가 조금만 더 나아가면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함으로써, 최악의 케이스(worst case)를 상정하고 위기의식으로 대비한 사람들이 결국 웃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