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봄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2021-04-19 57

창업은 내가 풀고 싶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에요 

정규환 선배님과의 이야기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AI를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AI가 잘 알려지기도 전에 AI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이를 의료 분야에 적용하신 정규환 선배님이 계십니다. 이번 <알리미가 만난 사람>에서는 의료 인공지능 기업 ‘뷰노(VUNO)’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로 계신 정규환 선배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하기까지, 선배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전국의 포스테키안 구독자 친구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의료 인공지능 기업인 뷰노의 정규환 CTO입니다. 저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던 두 명과 함께 2013년 말에 뷰노를 공동 창업했고, 올해 2월 말에 코스닥 상장을 했습니다. 상장사로서 현재 50여 명이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들을 연구 개발하고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공동 창업자이자 CTO로 계신 뷰노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병원에서 수집되는, 환자들에 대한 각종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여러 의료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여 최적의 치료나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러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영상 의학, 생체 신호, 음성 인식, 디지털 병리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뷰노는 우리나라에서 의료 인공지능을 초기에 시작한 뒤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상용화까지 선도적으로 해온 회사입니다. 앞으로는 저희 인공지능 기술뿐만 아니라 제품들이 더 널리 도입돼서 많은 분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언제부터 창업으로의 길을 생각하셨나요? 창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2000년도에 포스텍에 입학했고 학부 과정, 석박사 통합 과정을 거쳐 2010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첫 직장은 SK텔레콤이었는데요. 그 이유는 제 박사 학위 주제가 대용량 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 마이닝, 기계 학습이었는데 SK텔레콤이 그 당시에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진 곳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때 가서 주로 한 일이 개인화였는데,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상품과 솔루션을 개발했어요. 연구 개발했던 것 중 일부는 서비스에 적용되어 재미도 있었지만, 회의도 느꼈어요. 고객이 많다 보니 개인화에 따라 추천을 해도 그냥 인기 상품, 회사의 프로모션이나 할인 제품, 전날의 베스트 상품이 계속 인기가 좋았어요. 열심히 알고리즘을 만들어도 크게 체감하기 어려웠고 서비스가 회사의 판단에 의해 유지되지 않기도 해서, 직접 서비스를 기획한 뒤 더 용이하게 개발하고자 사내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도 했었어요. 이후 개인화를 진행하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려다 사정상 조인하지는 않았고 여러 시도 끝에 창업을 포기하게 됐어요. 깊이 있는 연구를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으로 이직한 뒤 인공지능 기반 음성 인식 솔루션을 개발하는, 삼성 자체의 엔진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어요. 그때 마침 옆에 앉아 계시던 두 분이 창업하려고 하셨고 같이 하자는 권유를 받아서 같이 하게 되었죠. 창업을 원래 하려고 했을 때는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오히려 창업을 포기하고 연구를 제대로 해보려고 삼성에 갔을 때 창업을 하게 됐죠. 창업하려고 그동안 준비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헛되지 않아서 창업 결심을 빠르게 할 수 있었고 창업을 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물리적 거리두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존 대면 인터뷰를 온라인 인터뷰로 변경하였습니다. 

 

처음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시도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의료 AI를 기반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일단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의료를 하려고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삼성에 있을 때가 딥러닝이 막 나와서 확산되고 성장하던 시기였는데, 그때 AI 기술이 파급력 있겠다고 생각해서 막연히 그 기술의 잠재력을 보고 창업을 했어요. 처음엔 자연 영상에서 텍스트를 인식해 그것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제안했고, 여러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색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아산 병원과 컨택이 됐어요. 폐렴과 관련된 소견들을 찾고 정량화하는 기술이 그 당시 주관적이고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AI로 분석해 보니까 알려져 있던 것보다 훨씬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당시 의료에 AI를 적용한 사례가 많지 않을 때라, 언론에 소개도 되고 여러 전시회에서도 소개가 되어 저희에게 많은 제안이 오기 시작했죠. 마침 그때가 알파고가 알려졌을 때라 의료진 선생님들이 AI에 대한 관심이 높으셔서 저희가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때 했던 일들을 하나씩 제품으로 만들었어요. 의료를 하게 된 것은 반은 우연, 반은 필연이었던 것 같아요. 현재, 기존에 의료를 하지 않던 회사들까지도 의료 분야에서 연구 개발, 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희도 그 당시에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어느 정도는 의료 분야를 하고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 기반 창업을 하신 뒤 뷰노가 올해 2월 코스닥 상장을 하기까지 많은 일을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혹시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이 됐던 것은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기술이 뛰어난 잠재력이 있고 이것이 상용에서도 부가 가치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을 평가자들에게 드려야 좋은 점수를 받고 통과하게 되거든요. 기술 사업 계획서를 쓰고 서로 다른 두 기관에서 발표를 하면 등급이 나오는데, 그 등급이 좋아야 인정을 받아 상장할 수 있어요. 저희가 처음부터 무엇을 할지 정해놓고 연구 개발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일을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엮어 쉽게 설명해 드리는 게 어려운 숙제였어요. 하나하나 이야기를 엮다 보니 그동안 해왔던 일들의 지향점이 보이더라고요. 우리가 해왔던 일들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앞으로 남아있는 숙제는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힘들긴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창업을 하여 상장까지 해서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감사하게도 초기에 성과를 얻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제 모교나 지도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래서 모교나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갚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을 할 것입니다. 조금 더 큰 문제를 접해 보고 싶어요. 회사로서는, 지금까지는 질환이 있는 분들을 진단하는 데에 목적을 뒀다면 앞으로는 치료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치료를 위한 최적의 방법을 제안하는 AI 솔루션을 만들어 많은 분이 건강하고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또는 진로를 고민하는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물론 서로 다른 목적이 있겠지만, 창업은 하나의 배워가는 과정이고 창업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내가 풀고 싶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고, 창업을 하게 되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많은 사람이 생기며, 국가적으로도 기여를 해야 합니다. 창업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수많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므로, 창업을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무겁고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긴 여행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창업에 성공할 확률이 생각보다 낮기 때문에 믿고 함께 의지할 동료들을 찾길 바랍니다. 많지는 않지만, 창업을 한 포스텍 출신 선배들은 포스텍 출신 여러분에게 마치 친척처럼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것이므로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편하게 연락하시길 바랍니다. 

포스텍에서의 학사 과정을 마치신 뒤, 석박사 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프로젝트를 경험하신 정규환 선배님. 그만큼 다양한 주제를 시도하셨는데 되돌아보니 그것들의 지향점은 같았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지 확신이 서지는 않아도 하나의 지향점, 목표를 가지고 시도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후배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였던 정규환 선배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글. 무은재학부 20학번 26기 알리미 박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