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봄호 / 크리에이티브 포스테키안

2021-04-19 99

내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분께서는, 공학 관련 공부를 통해 훗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라 예상한다. 나 또한 입학 전에는 여러 기술을 배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 왔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입학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나의 목표는 사라지고 어느새 눈앞에 있는 전공 공부에만 매진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목이 어렵고 바쁘다는 핑계로, 내 큰 목표를 잃고서 그저 바쁜 대학 생활을 하고 수강하는 과목을 공부할 뿐이었다. 과목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과학적 기술에 대해서도 이론적 배경을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만을 중요시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내가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어떻게 하면 학점을 잘 받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은, 결코 내가 고등학교 때 대학교에 입학하여 꿈꿨던 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는 와중에, 나는 창의IT융합공학과의 인터렉션 스튜디오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다. 

해당 과목에서는 조를 짜서 치매 환자를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치매 환자분들은 일상생활을 할 때 큰 어려움이 있고, 치매 환자의 가족분들 역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적 도움이 꼭 필요해 보였다.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직접 치매 환자분들을 만나기 위해 교수님이 연결해 주신 치매 환자 보호 센터에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하여 그곳의 선생님들, 그리고 치매 환자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사실 단순히 치매 환자의 어려움을 영상이나 논문을 통해서만 접했다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 주제였는데, 직접 치매 환자분들과 만나고 소통을 하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치매 환자에 대해 내가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도 느꼈다. 치매 환자들을 모두 하나의 그룹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 경증/중증 등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과 대해야 하는 방식 등이 모두 달랐다. 또한, 치매 환자분들도 우리와 같이 모여서 놀고, 놀이를 진행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며, 중증 치매 환자의 경우 해당 상황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알게 되었다. 중증 치매 환자분들의 심리상태를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마 심적으로 아주 힘드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내가 잊고 있었던 목표, 내가 공부한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자는 목표가 다시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치매 환자들을 위한 많은 기술이 주로 경증 치매 환자에게 집중되어있다는 것, 중증 치매 환자분들의 심리적인 안정과 행복감을 위한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조 회의를 거치면서, 우리는 스노즐렌 장치가 이러한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장치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스노즐렌 장치는 방 내부에 빛, 향기, 소리 등으로 사람의 감각 기관을 자극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장치이다. 이미 기존에도 스노즐렌의 효과는 많은 논문에서 검증되었지만, 매우 넓은 방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치매 환자들에게 사용하기에는 설치비, 공간의 문제 등 제약 조건이 매우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우리는 기존의 값비싼 스노즐렌 장치를 소형화하여, 작은 구 형태에서 빛, 소리와 향기가 나오는 프로토타입을 개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예산과 시간의 제한이라는 문제들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우선 프로토타입을 완성이라도 하면, 그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 혹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어서 정말 프로토타입이라는 의미에 맞게 필요한 기능들만 간단한 회로로 연결하여 구현하였다. 추가로 치매 환자가 수행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로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였다. 앱을 통해 간단하게 물방울을 터뜨리면서 스노즐렌 장치가 이에 반응하여 주변 환경이 바뀌는 효과를 구현해 방에만 주로 지내야 하는 중증 치매 환자를 위한 놀이 기능을 넣었다. 앱과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후, 우리는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추가적인 기능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고 우리의 아이디어는 점차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를 이루어 역할을 분담하고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아이디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로는 내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조원이 제시하면서 우리의 프로젝트는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포스텍에는 워낙 아이디어도 좋고, 기술적 능력도 좋은 친구들이 많아 우리 학교, 포스텍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운이 좋게도 기회가 생겨 해당 프로젝트에 관한 포스터를 만들어 APRU student poster contest에서 입상할 수 있게 되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몸소 기술을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써야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조사하면서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아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다른 과목에서도 기술의 이론만 알려주는 것이 아닌, 특정 대상에게 기술을 적용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유도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이 활동을 통해 기술은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줄 때 비로소 빛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포스텍의 어떤 과목들은 정말 어렵고, 공부만 하기에도 벅차지만, 그 과목들을 통해 기른 능력을 이용해 인터렉션 스튜디오와 같은 과목에서 남에게 도움도 주고, 인정도 받는 과정에서 개발자로서의 자신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고등학생 친구들 또한 대학교에 입학해서 어느 순간 자신의 목표를 놓칠 수 있지만, 포스텍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참여형 과목, 대회 등을 통해 자신의 꿈을 때로는 간접적으로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APRU 대회 상장 

스노즐렌 장치를 테스트 하는 장면 

 

글. IT융합공학과 17학번 김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