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여름호 /Science black box

2021-07-20 49

세탁의 과학

어느덧 따스한 봄과 함께 시작된 1학기가 마무리되고, 여름방학과 함께 무더운 더위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전국의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은 여름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먹는 수박, 휴가철에 떠난 해수욕장, 습하고 무더운 장마 등이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저는 끝없는 ‘빨래’가 떠오릅니다! 날이 더워진 만큼 땀이 많이 나서 하루만 옷을 입어도 세탁을 하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집이나 기숙사에서 여름이 되면 세탁을 자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여름을 맞이해 이번 ‘SCIENCE BLACK BOX’에서는 이처럼 여러분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세탁의 과학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햇볕에 말린 수건이 건조기로 말린 것보다
빳빳한 이유

혹시 속옷이나 수건과 같은 옷감을 세탁한 후 바로 햇볕에 말려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경우, 완전히 건조되었을 때 옷감이 빳빳해 지곤 하는데요. 그림에서 왼쪽 사진은 자연 건조 후 빳빳해진 면직물이고 오른쪽 사진은 세탁 후에 물을 완전히 제거한 후 말려서 부드러운 면직물입니다. 사진만 보아도 한눈에 빳빳한 정도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3월 27일, 일본의 카오주식회사와 홋카이도 대학의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인 ‘물리화학 저널 C’에 연구 결과를 밝혔습니다. 세탁 후 햇볕에 말린 수건이 빳빳해지는 이유는 섬유 사이에 있는 ‘결합수(bound water)’ 때문이었습니다. 결합수1는 유기물과 수소 결합을 이루어 쉽게 분리되지 않는 물입니다. 이에 반해 유기물과의 결합이 약해서 쉽게 이동이 가능한 물을 자유수2(free water)라고 하는데, 이는 쉽게 건조가 되어 사라집니다. 그러나 결합수는 쉽게 분리되지 않기에 건조는커녕 ‘모세관 현상’으로 수건 섬유들을 교차 결합시켜 옷감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모세관 현상은 표면 장력이 매우 큰 물의 특성이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두 고체 표면 사이에 있는 물이 마치 풀처럼 두 고체를 달라붙게 만드는 현상입니다. 이에 세탁을 한 수건을 자연 건조하면 그림처럼 수건 섬유 사이에 있는 결합수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존재하여 섬유들끼리 교차 결합을 유도하고 그 상태로 완전히 건조되면 면직물이 빳빳해지게 됩니다. 오히려 건조기에 수건을 넣고 돌리게 되면 빠른 시간에 열을 가해 물을 건조하기에 섬유들끼리 얽히지 않아 부드럽고 오히려 수건의 보송함을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결합수에 의해 수건이 빳빳해지는 원리를 알게 되었으니, 부드러운 수건을 원하신다면 어떻게 건조를 해야 할지 명확히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1 결합수,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915070&cid=50318&categoryId=50318
2 자유수,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307515&cid=60227&categoryId=60227

 

뜨거운 물로 세탁하면
옷이 줄어드는 이유

여러분은 혹시 빨래를 하고 난 뒤 옷이 원래의 크기보다 확 줄어서 당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많은 분이 한 번쯤은 옷이 줄어든 경험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특히 니트 종류의 옷감은 빨래를 잘못했을 경우, 다시는 입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실의 ‘잔류 응력(residual stress)’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잔류 응력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옷을 만드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화학적인 가공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드는 섬유인 화학 섬유3로 옷을 만드는 경우, 화학 섬유를 뽑아내기 위해 먼저 섬유 재질을 녹입니다. 녹인 섬유 재질을 작은 구멍에 고압으로 밀어내 실을 뽑아내고 냉각시켜서 화학 섬유를 만들게 되는데요. 이때 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섬유가 받은 힘이 갑자기 냉각되면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됩니다. 이것을 잔류 응력4이라고 하는데, 잔류 응력은 당기거나 미는 등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힘이 모두 제거된 뒤에 상온임에도 불구하고 재료 내부에 남아 있는 힘을 말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학 섬유로 옷을 제조하게 되고 우리가 옷을 몇 차례 입은 후에 세탁하게 됩니다. 뜨거운 물로 세탁을 하게 되면, 여전히 섬유에 남아 있던 잔류 응력이 풀어지면서 섬유가 오그라들게 되고 이에 전체적으로 옷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5 세탁을 하는 과정에서 옷이 줄어드는 이유가 옷을 구성하는 실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잔류 응력 때문이라니 신기하지 않나요? 다행히 요즘에는 섬유 기술이 발달한 덕에 화학 섬유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잔류 응력을 최대한 제거한 뒤에 옷감을 짜기에, 뜨거운 물에 넣어도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3 화학섬유,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90409&cid=42822&categoryId=42822
4 잔류응력,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08403&cid=42380&categoryId=42380
5 「상식/뜨거운 물에 옷을 빨면 줄어드는 이유」, 『주간 포커스』, http://www.focuscolor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3455

 

물 없이 세탁하는
드라이클리닝

모직, 가죽 등의 소재로 만들어진 옷들은 집에서 세탁기로 빨래하는 것이 아닌, 세탁소에 가서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는 경우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드라이클리닝6은 물 대신 휘발성 유기 용제를 사용해 옷감의 오염을 제거하는 세탁 방식입니다. 이런 드라이클리닝은 언제 어떻게 발견이 되었을까요? 1820년, 프랑스 염색 공장 사장인 장 바티스트 졸리는 가정부가 더러운 식탁보 위에서 실수로 등유 램프를 넘어뜨리자 그 부분만 깨끗해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7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 소나무에서 얻은 기름인 테레빈유(Turpentine)를 사용해 세탁하기 시작한 것이 드라이클리닝의 시초라고 합니다. 그 이후로 가솔린, 벤젠, 나프타 등 다양한 드라이클리닝 용제가 사용되었으나 테레핀유는 세탁 후에 냄새가 많이 났고 벤젠은 옷에 남아 몸에 해로웠으며 앞서 언급한 용제들은 모두 불이 잘 붙고 쉽게 폭발한다는 위험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불에 타지 않으면서도 세척력이 강한 퍼클로로에틸렌(perchloroethylene, PCE)을 주로 사용하면서 드라이클리닝이 우리의 일상생활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훗날 퍼클로로에틸렌의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현재에는 석유계 용제인 솔벤트(solvent)가 드라이클리닝 용제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용제’란 물에 잘 녹지 않는 유지나 수지를 녹여 균일한 용액으로 만드는 물질을 말하는데요. 유기 용제는 기름이나 지방을 잘 녹이고 휘발성과 인화성이 강하다는 특징과 함께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져 있기에 극성인 물과 달리 무극성을 띱니다. 이에 지용성 얼룩을 잘 제거하는 반면 수용성 얼룩은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기 용제는 물보다 밀도가 낮아서 섬유에 가하는 힘과 압력이 매우 작아 옷의 형태와 색상 변화가 거의 없다는 큰 장점이 있어 많은 사람이 번거롭더라도 세탁실에 가서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곤 합니다.

이렇게 이번 여름호에서는 ‘세탁의 과학’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우리 일상 속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알려드렸는데, 여러분도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모두 무더운 여름을 세탁과 함께 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6 드라이클리닝,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85428&cid=40942&categoryId=32077
7 「깨끗한 옷 반짝이는 광택을 만드는 숨은 조력자, 용제」, 『GS칼텍스 에너지 이야기』,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486104&memberNo=471333&vType=VERTICAL

 

9월 17일, [Science Black Box]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공개됩니다!

 

글. 화학공학과 19학번 25기 알리미 조혜인